퇴사를 하고 실업급여도 끝나고 카드값 및 대출이자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
취업을 하고 메인경력을 생각하면 당연히 잡매니저쪽을 찾아봐야 하는데.. 사람들 상대하느라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구직활동이 적극적으로 되지 않았다.
결국 쩐에 쫓기다가 선택한 방법이 집 근처 건설현장이었다ㅋㅋ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 가며 물류센터 가서 하루 8~9만 원 받고 몸 쓰는 일 하느니 그냥 도보로 왔다 갔다 하며 함바집에서 밥도 공짜로 먹고 물류센터 보다 높은 일당을 받고 일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판단만 그렇게 해놓고 역시나 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막연한 두려움에 난 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고 - 뒤지는 이유는 솔까 어떤 분야로 들어가야 몸이 덜 힘들고 돈은 더 주는가? 소위 땡보직은 무엇인가 찾기 위해- 한참을 뒤지다가 결국 이게 뭐하는 짓인가 현타가 와서 알바몬 보고 눈에 띄는 대로 지원했다.
채용공고는 어디에 많이 떠?
처음에 직면한 문제가 뭐였냐면 건설현장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채용공고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지인을 통해 들어오고 아는 사람만 간다고 해도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다고?? 처음에는 힘든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는데 은근히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내가 꼭 들어가고야 만다는 생각까지 듦.
결론은 네이버 밴드와 당근에 많이 공고가 올라온다.
네이버 밴드는 두 개 가입했다. 둘 다 전국구라 검색어에 '마곡'이라고 치고 수시로 공고 확인을 했었다. 전국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현장은 다 올라오는 것 같았다. 당근은 아무래도 근거리 위주다 보니까 공고가 나오기만 한다면 마곡 근처 현장이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최종적으로 알바몬에 올라온 소개소의 공고를 통해 지원하였다. 뒤에서 더 얘기하겠지만 지원 파트는 '금속'이었다.
근무조건은?
모니터링 쭉 하다 보니까 일당 페이는 초보 기준 14~16만 사이로 책정이 돼있었다. 주 5일 근무는 없었고 전부 월~토까지 근무였고 근무시간은 07시~17시까지가 기본인 듯했다. 가끔 가다가 16시 30분 퇴근도 종종 보이기는 했다.
내가 근무한 조건은 아래와 같다.
근무요일 : 월~토
근무시간 : 7시 ~ 16시30분 (점심시간 11시 30분 ~ 13시)
일급 15만 원 (완벽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
급여일 : 15일
점심시간 1시간 반을 빼면 근무시간은 8시간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추리해 볼 때 근무시간이 7시~17 시인 곳은 왠지 점심시간이 11시부터 13시까지 2시간일 것만 같았다.
지원 전에 내가 세팅한 준비물은?
우선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란게 있어야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가 있어서 이 교육을 받아야 했다. 개나 소나 다가서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반경비를 하더라도 일반경비 신임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건설현장도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했다. 검색해서 알아보니 비용이 5만 원 정도였는데 나는 장기실업자여서 (3개월 이상) 교육비 면제로 이수증을 취득했다ㅋㅋ
남구로역 부근에 있는 (주)한국안전교육 이란 곳에 가서 하루 교육받고 이수증을 발급받았다. 환경은 뭐 썩 좋진 않았지만 대충 받았고 책상에는 노가다를 보다 널리 알린 평택 반도체 구인 찌라시가 놓여 있었다. 증명사진도 가지고 갈 필요가 없었던 게 가면 알아서 사진도 찍어준다.
▼교육 당일 발급받은 이수증▼
이수증도 받았고 그다음에 준비한 게 안전화였다. 공고를 모니터링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필요했던 게 각반, 안전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었다. 각반은 용어가 생소했는데 알고 보니 일할 때 괜히 자재에 걸려 넘어지지 말라고 발목에 두르는 군대 고무링 같은 개념이었고, 각반은 동네 철물점에서 2,200원 주고 하나 샀다. 철물점 사장님이 처음엔 2,000원이라 하더니만 카드 결제인 거 보고 2,200원에 팔았다. (나쁜 사장)
안전화야 말로 보니까 값이 만만치 않았다. 안전화에 대한 약간 TMI를 해보자면 노가다 반장님들 지나다니는 거 볼 때마다 나는 안전화를 유심히 봤다. 보면 개중에 좀 멋있어 보이는 게 있었다. 이라크 파병 나간 미군 전투화 마냥 정말 밝은 베이지색 안전화가 그것이었는데 갖고는 싶었는데 솔직히 내가 노가다를 얼마나 할 줄도 모르고 처음부터 새 신발을 사고 싶지 않아서 당근만 열심히 뒤지던 중 2만 얼마에 나온 새안전화가 있어서 바로 거래를 했다.
▼당근에서 안전화 특템▼
안전화는 끈으로 조이는 형식이라 상당히 불편했지만 일단 계속 진행 ㄱㄱㄱ
지원과정?
여하튼 알바몬 통해 알게 된 소개소를 통해 '금속'파트 쪽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소개소는 어떤 남자를 이어주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사람이 내 관리자였고 나랑 같이 일하는 반장님들은 부장님이라고 불렀었다.
부장님은 통화로 건강검진을 받을 날짜와 장소를 지정해 주었고, 근무기간이 한 달 미만이면 수수료를 물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짜 죽을 것 같아도 수수료 아까워서 내가 한 달은 채우겠다는 강력한 1차 목표가 생겼다. 원래 목표는 공사기간 끝날 때까지 잔류하는 것! 쓸데없는 로망인데 그래도 일 시작하면 내가 있던 현장의 끝은 보고 싶었다.(그래도 끝까지 목표는 달성했었음ㅠㅠㅠㅠㅠ 졸라 힘들었어 진짜.....)
오전에 신사역에 부근에 있는 정해산업보건연구소란 곳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했다. 채용검진 개념정도로 생각하고 귀찮았지만 또 가서 잘 받고 왔다.
▼건강검진받은 곳(정해산업)▼
▼배치천 건강검진 개인표▼
아침 일찍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아저씨들이 많았다. 검사항목은 키재고 체중재고 시력 청력 검사하고 피 뽑고 일반적이었는데 제일 고생했던 것은 폐활량 검사? 였다. 깔때기 같은 주둥이에 있는 힘껏 숨을 불어넣으라고 하는데 이게 통과가 잘 안돼서 꽤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어찌어찌 통과는 했으나 머리가 핑핑 돌았다.
건강검진에는 별도로 비용이 들진 않았던 거 같고.... 시간이 꽤 흘러 가물가물 한데 비용이 들었다면 확실히 기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ㅋㅋㅋㅋ
건강검진을 끝으로 노가다 월드로 들어갈 모든 준비는 마쳤고,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일을 한 번 시작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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